> personal/감정쓰레기통

    사실 모든건 제자리에.

    그렇게 믿고싶다. 사실 모든건 제자리에 있다고. 좋게 보고싶다. 지금 보는 방식이 틀린거라고. 좀 더 소중한 내가 되기를, 좀 더 나를 아껴주기를, 좀 더 날 바라보기를. 난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데, 나를 보는 시선은 점점 멀어져 가는거 같다. 더 자세히, 더 가까이 봐달라고 쫓아갈 수 밖에 없는걸까.

    자존심의 무게.

    낭떠러지는 없었다. 자존심을 지키려 바닥에 절벽이라고 적고, 절벽으론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중요하지 않은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착하게된다. 길은 끝없이 열려있는데, 마음대로 끝을 정했다. 쓸데없는걸 버티고, 의미없는걸로 자존심을 내세웠다. 스스로 아닌걸 사실 알고있었으면서도.

    길을 먼저 찾는 습관이 필요하다.

    끝이아닌 길을 찾자. 끝을 찾아 달리는 것 보다 길을 찾아 달리는게 소중함을 잃지 않는 방법이니까. 끝을 찾지말자. 길을 만들고, 길을 찾는게 멈추지 않고 영원히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이니까.

    천천히 볼 수록 보이는 것.

    너무 흑백으로만 살아 온게 아닐까. 이게 아니라면, 당연히 저것도 아닐꺼라는 생각을. 하나를 몰랐으니 당연히 두번도 모를 꺼라는 생각을. 꽃이 없으니 땅이 없을거다. 땅이 없으니 바다도 없겠지. 없는건 꽃 한송이 뿐이였는데, 잘 있는 땅과 바다도 없다고 생각을 해버리는 실수. 일부분을 보고 전체를 매도했다는게 이런 느낌이지않을까.

    오래되어 녹이슬었다.

    시간이 지난만큼 녹이 슬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제자리에 있던 익숙함에 관심이 멀어진다. 겉이 녹슬었다고 속이 달라지는건 아니다. 자주 닦아주던 물건이, 멀어질수록 때가 타고 녹이 슬기 시작했을 뿐. 오래되고 녹슬었다고 버리지말고, 다시 닦아주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녹슬었다고 변한건 아닌거 같은데.

    뒤를 돌아 볼 때의 예의.

    내가 만들고, 내가 선택하며 걸어온 나의 뒤에 그림자를 돌아보며. 많은 일, 많은 시간, 좋은 사람과 함께였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그림자 속에서 나를 손가락질해도 기분이 나쁠지언정, 화가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누군가에겐 그것밖에 안되었나 하는 미련이. 내가 더 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가. 내가 받았던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이 남았기때문에. 그러다 말겠지, 기다리면 되겠지 하는 바보같은 생각에. 길고, 또 길어진 내 그림자 만큼 나는 성장한거라고 할 수 있을까.

    날 비추던 밝은 조명.

    골고루 비춰주었다면 괜찮았을까. 나에게 적당한 밝기가 있었을까. 점점 강해지는 빛에 스스로 타버릴까 결국 조명을 꺼버렸다. 켜두면 불타없어질까 꺼두면 사라지진 않을테니. 더 어둡고, 추울때 다시 킬 불빛이길.

    내 앞에 놓인 여러가지 끈.

    한 끈에 묶여 다른 끈들을 보지 못했다. 자신을 묶는 하나의 끈에 다른 끈이 엉킬까 풀린 끈들을 잘라내고, 결국 날 묶는 하나의 끈만 남았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길, 지나고 나서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하는걸 후회라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은 후회가 아닐지도 모른다. 후회는 지난 나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는걸 말하는데, 옮고 그름이 없는 여러가지 선택할 수 있던 것들을 나 자신이 하나 하나 선택하며 지나갈 때, '이렇게 하지말고 다르게 할걸' 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면, 나는 틀린선택에 대해 후회한걸까 아니면 다른 선택도 해볼 껄 하며 아쉬워 하는걸까. 날 묶은 끈에게 최선을 다했을까. 묶인채로 끝없이 물러서다 벼랑끝에 서있는 것 같았고, 더이상 물러서면 내가 떨어져버릴걸 알기에 버티고..